가끔 망원경을 들어 바라보자

이 사진이 내포하는 의미를 나에게 적용하자면 이렇다: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한 번쯤은 보이지 않는 곳에도 시선을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It is important not to focus only on the visible moment but to shift your gaze to the invisible at least once.

작년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매주 많은 시간을 들였던 PGDDB (Postgraduate Diploma in Digital Business) 코스를 마친 지 두 달이 흐른 오늘 (2021년 10월 18일), 드디어 디플로마가 디지털로 전달이 되었다. 전통대로 하드웨어 판도 받을 텐데 아마도 현재 배달 중일 것이다. 지난 7월에 좋은 출발, 좋은 마무리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있지만, 우울한 팬데믹 상황에서 내 자신을 잘 다독일 수 있는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어렵고 과제 제출 시간에도 쫓기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그 유혹의 순간들을 잘 넘기고 나니 이러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덤으로 에머리터스 스칼라(EMERITUS SCHOLAR) 배지까지 받게 되었다. 이것은 이번 PGDDB 모든 과정을 종합해서 최우수성적을 거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결국은 자신과 싸움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자기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개인 과제는 스스로 할 수 있지만, 그룹 과제는 어쩔 수 없이 타인과의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 교육 과정에서는 개인 과제 못지 않게 그룹 과제도 큰 역할을 한다. 나는 좋은 그룹을 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는데 그 결과 전 세계에서 분야마다 강점이 있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다. 나(미국), 영국, 싱가포르, 이집트, 코스타리카에서 참여를 해서 첫 번째 그룹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그룹 프로젝트에서 이집트와 코스타리카에서 참가한 사람들이 탈락하면서 셋이서 그룹 과제를 수행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3개월가량 진행되는 마지막 Capstone 프로젝트 과제에서는 나와 2020년 초에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에서 한 과정을 함께 해서 알고 지내던 헝가리에 사는 사람이 합류하면서 나를 포함해서 4명이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참고로 캡스톤(Capstone)이란, 미국에서는 시니어 세미나 (Senior Seminar,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수행해야 하는 세미나라는 의미), 영국에서는 파이널 프로젝트 (Final Year Project, 마지막 년도에 수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는 의미)라고 부른다. Cap이라는 것은 머리에 꼭 맞는 덮게나 최고 자리, 암석의 꼭대기, 병뚜껑, 어떤 것을 덮는 구조, 모자 등 여러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는 건물이나 기념물을 완성하는 데 사용되는 최종 장식 코핑처럼 배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과정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협업이란 늘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론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게 마련이다. 나는 캡스톤이 시작되기 직전에 우리 그룹이 다루기 위해 선정하는 기업과 관련하여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그 그룹을 탈퇴했다. 그리고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하려고 했다. 내가 그 그룹에서 나가자 그들은 나에게 복귀를 부탁해 왔다. 사실 그 그룹에서 프로젝트의 리포트를 가장 품위 있고 학술적인 수준으로 이끄는 역할을 내가 해 왔기 때문에 나머지 멤버들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미국식 교육에 익숙해 있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학문적 글쓰기에 대한 개념조차 나와 달랐다. 그들은 규범이 정해져 있는 논문의 형식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그 중심을 잡아 줘야 했다. 사실, Capstone 프로젝트에서 점수를 받지 못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탈락한다. 앞서 배운 것들을 실전에 적용해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인 만큼 총체적인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사업 아이디어를 이 기회에 적용해 보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할 수 없이 나는 팀으로 돌아갔다.

팀워크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해당 분야의 최고 석학인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에서 디지털 마케팅과 디지털 리더십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로저스(David Rogers) 교수와 MIT 경영대학원 슬론스쿨다트머스 경영대학원 턱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가르치는 제프 파커 () 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코스 리더로서 모든 노력을 다해 준 Murali DharanElise Korolev에게도 깊은 감사를 하고 싶다. 물론, 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팀원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Capstone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EMERITUS SCHOLAR badge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나의 노력한 것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므로 기쁘게 받고자 한다.

나는 위와 같이 과정마다 최우수상을 받아 왔으며, 이번에 전 과정을 종합한 최우수상인 스칼라 상을 받았다. 시작할 때 마음을 먹은 대로 이뤄졌다.

나는 2020년과 2021년에 한없이 게을렀던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번 뒤돌아 보려고 한다.

나는 2020년 3월에 3개월 과정의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 디지털마케팅 과정을 이수했다. 이 과정은 PGDDS의 한 과정과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지만, 실제 제시되는 과제와 그룹 과제 등이 전혀 달랐다. 나는 이번 PGDDS 과정에서 이 수업을 건너 뛸 수도 있었지만, 당시에 집중을 하지 않아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 코스에서 만점을 받고 싶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팀원들을 위해 수업에 다시 참여했다. 내가 참여해야 팀 프로젝트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이 과정을 건너 뛴다고 수업료가 면제되는 게 아니므로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게 합당했다.

2020년 9월에 스탠퍼드대학에서 평등과 반차별법 비교론을 이수했다. 스탠퍼드대학의 로스쿨과 UC 버클리 로스쿨의 두 교수가 강의를 진행했는데 정말 알찬 수업이었다.

2021년 5월과 6월에 현재 최고의 소셜 마케팅 시뮬레이션 코스인 Stukent에서 인증서를 모두 받았다. 이것은 PGDDS 과정의 일환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9월에 하버드대학의 온라인 코스에서 디지털 인문학 입문 과정을 이수했다.

이렇게만 보면 일을 하지 않고 개인 커리어만 준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팬데믹 때문에 대외적으로 활동하려고 했던 계획들이 모두 무산되면서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배우는 것이었다. 2020년 2~3월에는 마음이 뒤숭숭해서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으므로 그 결과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에서 첫 번째 들었던 디지털마케팅 코스에서는 학업이 우수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열정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2020년 가을에 그보다 더 오랜 과정인 PGDDS 코스를 선택하면서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큰 돈을 내면서 최선을 다하자고 나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으므로 거의 만점의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인생에서 게으름만 피우지 않으면 오늘과 내일은 다를 수 있다. 하루의 시간이 덧없이 흘러가는 것을 탓하는 대신에 의미 있는 하루였음을 우리 스스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하루를 마감하며 침대로 돌아갈 때 덧없이 보낸 날은 나 스스로 죄책감이 들곤 한다. 나에게 남은 하루를 이렇게 의미 없이 보냈다고 하는 허무함이 든다. 기분 좋게 침대에 몸을 던질 수 있는 날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하루하루를 잘 살아 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인스타그램 사진 중 하나이다.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을 억지로 볼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바쁘고 아무런 불편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먼 곳의 피사체를 살피면 예상하지 못한 보물을 발견할 수가 있다. 나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다. 나는 이 과정을 하기 전까지는 링크트인(LinkedIn)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열 대여섯 명에 불과한 1촌들이 지금은 259명으로 늘어났다. 그중에 내가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 중 하나인 부다페스트에 사는 여성과도 친하게 되었다. 그녀는 내가 그 도시에 방문하면 기꺼이 투어 안내는 물론이고 저녁도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녀는 나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그룹 프로젝트에서는 우리 그룹에 속하지 않았던 그녀가 Capstone 프로젝트를 위해 우리 그룹에 합류하고 싶다고 내게 부탁해 왔었다. 그 전의 그룹에서 그녀는 팀원들이 협조가 없어서 그룹 과제를 혼자 수행하느라 무척 고생하였다면서 혼자서는 불가능한 Capstone 프로젝트 때문에 나에게 S.O.S.를 친 것이었다. 나로서도 당황스러운 일이기는 했지만, 나는 팀원들을 설득해서 그녀를 받아 들였다. 링크트인을 이용하면서 또 하나의 좋은 점은 현재 내가 외주 개발(아웃소싱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링크트인의 네트워크에서 만난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단순한 팔로워가 아니라 서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되어 가고 있다. 만일에 내가 망원경을 들어 멀리 보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도 없었을 것이다. 가끔 먼 곳을 보면, 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니까 일타쌍피 아닌가?

업데이트: 11월 25일, 2021년

지난 10월 26일에 이탈리아로 출장을 갔다가 11월 24일에 돌아왔으니 한 달 간 집을 떠나 있었다.

그 사이에 DHL로 학위증이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성적표도 첨부되어 있었는데, 100점을 받지 못한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나는 4개의 과정에서 10점 만점의 GPA에서 9.94를 거뒀다.

위의 내용처럼 풀 타임 9개월 간 집중해서 얻은 결과에 만족한다.

wusuk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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