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and Sharing

나의 마지막 50대

10대부터 90대까지는 나이 연령대 구분이 가능한데 0세부터 9세와 100세 이상에 대해서는 적당히 부르는 단어가 없는 것 같다. 10대나 20대처럼 0대, 100대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도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만으로 할 것인지 출생 연도로 할 것인지, 전통적인 한국 나이로 할 것인지에 대한 구분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10대에 포함되기도 하고 20대에 들어가기도 한다. 만일에 내가 이 글을 2022년 3월 19일에 쓴다고 했을 때, 1963년 음력 2월 25일생인 나는 2022년 3월 26일에 생일을 맞는다. 그러면 나는 3월 26일 되기 전이어서 만으로 아직 58세인데, 음력으로 하는 전통 나이로는 60세다.

그리고 그냥 1963년생을 기준으로 하면 59세이거나 60세로 불리기도 한다. 뭔가 복잡하다. 나이를 만으로 하면 그냥 생일이 지났느냐 지나지 않았느냐로 판가름하기 때문에 명확하고 간단하다. 한국처럼 음력 기준의 생일에서 1963년생(음력 1월 1일부터 음력 12월 30일까지)은 무조건 같은 나이이다. 이 해의 토끼들은 올해 모두 예순이다. 그런데 음력으로 1963년 12월 30일에 태어난 사람은 실제로는 양력으로 1964년의 1월에서 2월 어느 날이므로 실제로는 만으로 58세에 불과하지만 졸지에 예순이다.

이런 나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냥 생각하기 귀찮아서 동의하면서 살아 간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계급이 되기 때문에 은근히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지구상에 몇 나라가 한국처럼 이상한 나이체계를 고집하고 있는지는 별도로 조사를 해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 손가락을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지구 전체가 만 나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왜 한국은 이 복잡한 나이 체계를 고집하는지 신기하다.

따라서 나는 늘 만 나이로 나의 나이를 계산한다. 나는 더구나 주민등록에도 양력 날짜(1963년 2월 25일이 양력으로 3월 20일)로 등록되어 있어서 간단하다. 이렇게 만으로 기준으로 한다면, 0세 (아직 1세가 되지 않은 아이들)부터 9세까지는 0대라고 부르면 낯설기는 하지만 이상하지 않다. 10세부터 19세까지는 10대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100세부터 109세까지는 100대, 110세부터 119세까지는 110대라고 부르면 된다.

나는 50대의 마지막인 쉰 아홉번째 생일을 보냈다. 우연하게도 집을 떠나서 생일을 맞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집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에 워싱턴 DC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이 맛있는 초콜릿 등을 사서 깜짝 방문을 했다.

우리는 내 생일에 나의 가족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행을 갔던 미스틱(Mystic)이라는 커네티컷주에 있는 바닷가 관광도시를 방문했다. 도중에 아침 겸 점심을 바닷가재 요리로 먹었다.

두툼한 빵 안에 엄청난 양의 바닷가재의 속살이 들어가 있었다. 가재로 배가 부르게 채우기는 처음인 것 같다.

일요일인 까닭에 미스틱(Mystic, CT)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그런데 길거리나 가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가뭄에 콩나듯이 희귀한 일이었다. 가게마다 거리두기 등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종업원들 중에서도 거의 보기 힘들 정도이다. 이제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그동안 여러 차례 들린 곳이라서 우리 식구들에게는 새로울 것은 없어서 약 2시간 정도 머문 후에 귀가를 했다.

오는 길에 미스틱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스케이트보드 공원을 찾았는데 매우 잘 꾸며진 전용 공원이었다. 나는 아들이 오디션에 제출할 영상의 일부를 이곳에서 휴대폰에 담았다.

그렇게 나의 오십대 마지막 생일날은 마무리 되었다.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나의 오십대가 1년 정도 남았다. 올해와 내년 생일이 되기전까지 나는 무엇에 도전하고 무엇을 성취하고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요즘은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후회로 가득하다. 하루를 건성건성 보냈거나 큰 의미 없이 보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무엇인가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면 좋겠는데 그러기에는 벌려 놓은 일들이 너무 많다. 따라서 조금씩 여기저기 시간을 내다보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 그렇게 나의 마지막 50대가 지나가고 있다.

지난 봄 방학 때 영욱이가 월레스와 그로밋 (영국의 이 유명한 애니메이션 작품은 내가 영화제를 통해서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했다)의 퍼즐을 이베이에서 사왔다. 1989년에 제작된 한정판이었는데 500개의 조각이었는데 이것을 맞추느라 고생을 했다.

결과적으로 500개를 맞추기는 했는데, 어느 날은 2시간 정도 집중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아들 녀석도 첫날 몇 개 끼어 맞추곤 포기를 했지만, 나는 매일 틈틈이 도전해서 거의 일주일 정도만에 완성하긴 했다. 이런 것은 끈기도 필요하지만, 전략도 필요하다. 조각들을 색깔별 모양별로 수십개의 그룹으로 만들어 놓고 그룹의 숫자를 줄여 나가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일종의 전략 게임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딸 아이가 보내 온 사진이다. 어느 회사와 취직 인터뷰를 하다가 태워 먹었다고 한다. 배추를 삶는 중에 인터뷰 전화가 와서 그 사이에 탄 것이다. 참고로 내 딸은 이제 더 이상 비건이 아니다. 나처럼 이것저것 먹는다. 한국에서 살면서 바뀐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채식을 주로 하기는 한다.

올해 뒷뜰에는 위와 같은 나무방울들이 깔려 있어서 청소를 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마치 바다의 성개처럼 까칠까칠한 가시 같은 것들이 잔디에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강력한 바람이 나오는 기계로 불어서 겨우 중간중간 모으기는 했는데 여전히 이제 겨우 시작이다.

이제 봄은 왔건만 아직 때때로 찬바람이 불거나 비가 온다. 내일은 워싱턴 DC에 가서 며칠 체류할 예정인데 벚꽃 구경을 하기로 했다. 마침 결혼 기념일도 포함되어 있어서 이래저래 여행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