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and Sharing

HID의 추억

내가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렬한 실망 혹은 배신을 느낀 것은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의 어느 날이었다. 그 당시 우리 집에 흰 강아지 한 마리가 있던 시절이었다. 두 세 살 정도된 개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다. 그때 우리 집 뒷편의 운봉산에는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훈련을 하러 뜀박질을 하는 군인들이 있었는데 에치아이디라는 부대원들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는지 정상까지 폭이 1미터가 넘는 반들반들한 길이 나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졌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 그 길을 따라서 정상에 몇 번 오른 적이 있다. 정상 부근에서는 손을 땅에 대고 올라가야 할 정도로 경사가 가파랐다. 그곳을 HID들은 후다닥 뛰어 오르곤 했었다. 그들은 산에 오르기 전에 혹은 산에서 내려 와서 우리 앞마당의 우물에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던 모습도 기억난다. 우리 집 강아지가 없어지자 우리는 그것이 그들의 소행이라는 점을 그 누구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동네의 가축은 물론이고 부엌에서 이런저런 도구를 훔쳐가기도 했는데 훈련 목적으로 수행했으며 다시 원상복귀를 해 놓곤 했다. 그렇지만 우리 집 개는 한 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 개의 존재를 잊고 살던 어느 날 깡마른 개가 집으로 찾아왔다. 얼마나 말랐는지 제대로 살 수 있을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그날 내가 학교를 갔다 전말(옹기마을로 우리 집에서 직선거리로 5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마을)을 거쳐 우리 집으로 오려면 큰 개울을 건너야 한다. 거대한 미류나무들이 뻗어 있는 개울을 건너는데 거기에서 강아지의 신음소리와 함께 동네 어른들이 개를 매달고 몽둥이로 패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개를 잡을 때 몽둥이로 패서 죽였는데 나무에 거꾸로 매달고 죽을 때까지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그래야 고기맛이 좋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때 나는 말로만 듣던 개잡는 현장을 처음 목격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한 달음에 집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죽어간 개가 바로 우리 집 흰둥이였다. 나는 엄마에게 따졌던 것 같다. 그 불쌍한 개를 왜 잡아 먹냐고. 나의 엄마는 난처해 하시면서 개가 너무 말라서 살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변명을 하셨지만, 나는 그 당시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개울에 갔다. 죽은 개의 사체에다 불 붙은 지푸라기를 얹어 털을 태웠다. 검게 그슬려 죽은 개는 혓바닥을 길게 빼 놓은 채 네 발을 뻣뻣하게 한 채 죽어 있었다. 그렇게 개를 죽인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칼을 들어 바싹 말라 한줌도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불쌍한 개를 부위별로 절개하려고 했다. 나는 현장을 떠났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소쿠리에 개의 뒷다리 같은 것이 삶아져 있었다. 우리 집 식구의 저녁 한끼였다. 그날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가족들도 저녁으로 맛있게 흰둥이의 사체를 먹었을 것이다.

지금은 HID의 존재가 더 이상 비밀도 아닌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니까. 제일 위의 노란 동그라미쪽이 우리 집이요, 두번째가 도학초등학교, 그리고 세번째가 추정하건데 과거 HID가 있던 곳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설악부대라는 이름으로 있는 것 같으니까, 근처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그때 나는 인간에 대한 배신감 혹은 신뢰할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해 체감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결국 HID라는 무서운 존재로 인해 벌어진 것이었다. 그 당시에 HID는 나의 어린 시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지난 2월에 방영을 시작으로 최근에 넷플랙스에서 종영된 채널A와 ENA가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2에 출연한 8개의 특수부대 중 HID(국국정보사령부)가 있어서 볼 때마다 옛날 기억과 오버랩되었다. HID는 우리 동네에서 직선거리로 2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본부가 있었다. 내가 나온 도학초등학교에서 개울을 건너 도원3리로 가는 길에 작은 언덕 길이 있는데 그곳의 우측에는 출입금지 푯말이 항상 있었는데 그 당시에 주민들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HID라는 특수부대가 있는 곳이라는 점을. 내 동네 친구 중에 백성석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의 아버지도 HID 출신이셨다. 당연히 아무도 그 분을 건드리지 못했다. 우리집 흰둥이가 희생된 장소도 성석이네 집 뒷편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물론, 개를 잡는 현장에 성석이 아버님이 계셨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 집 뒷동네(뒷골마을)의 어느 집의 딸과 결혼해서 사위가 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도 HID 출신이었다. 내가 HID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바로 그 사람이 그의 처남들에게 해 준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여름철이되면 동네의 모든 소들을 한곳에 모아서 태백산맥의 골짜기로 몰아서 풀을 뜯겨 먹였다. 매번 다른 골짜기로 소들을 몰아 넣고 꼬맹이들은 여러가지 놀이를 하거나 즐겁게 떠들곤했는데 해가 뉘엇뉘엇하게 질 무렵에 소들이 자연스럽게 공터에 모이면 자기네 소들을 확인하고 집으로 몰고 돌아오는 식이었다. 어느 날 자기네 매형이 HID출신이라면서 그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두 형제가 우리들에게 했던 것이 생각난다.

이들은 북한 침투 공작을 전문으로 하는데 휴전선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침투하다가 생겼던 에피소들이었다. 평소에 동네에서 훔친 후 몰래 다시 가져다 놓는 것도 하나의 훈련 과정이었다. 북한에 침투해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은밀하게 취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실전 훈련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나는 에피소드 중에는 침투원들이 북한의 군부대에서 기밀을 취득하기 위해 접근하다가 발각이 되었는데 북한군은 소리나는 쪽으로 무차별적인 총기를 난사했는데 사실은 그 북한 군인이 밟고 올라선 곳 바로 밑에 은신 중이었다고 한다. 그때 북한군인들이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총알을 갈기는 내용을 북한사투리를 흉내내며 말할 때 우리 꼬맹이들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HID의 존재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 부대가 2000년대 초에 국가가 자신들이 희생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요구하며 강력한 시위를 했을 때, 나는 그들이 존재없이 국가에 목숨을 바친 것에 대해 국가가 부정하는 것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가졌다. 대상이 북한이다보니 북한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 생존권은 고사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까지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정부는 과연 존재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철부대2에 처음 출연한 HID는 그 명성에 맞게 품위 있는 모습을 선 보였는데 나의 어렸을 때 기억과 오버랩되었다. 강철부대3에서도 이들 부대가 출연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