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Story Thinking and Sharing

워싱턴으로의 짧은 여행

지난 금요일 (2022년 3월 25일)에 워싱턴으로 갔다. 예전에는 그곳에 있는 이종국 선배를 만나러 가끔 갔지만 요즘에는 아무래도 그곳에서 공부를 하는 아들 때문에 자주 방문하게 된다.

이번에는 워싱턴DC의 벚꽃축제의 절정이라고 해서 그렇게 정했는데 마침 일요일이 결혼 기념일이기도 해서 적당한 날짜로 생각했다. 전기차는 반드시 중간에 충전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테슬라가 240KW의 속도로 충전하는 급속 충전소도 생겨서 15분이면 필요한 거리를 갈 수 있었다. 기존에는 140KW 정도가 가장 빨랐는데 확실히 빠르게 충전이 되었다.

점심은 앰버라는 식당(Ambar Capitol Hill)에서 했는데 발칸식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유럽식과 서부 아시아식이 혼합된 음식이라고 위키페디아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발칸반도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인지는 지금까지 확인을 해 본적이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발칸(Balkans)이라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보니 우리가 서양사나 로마 그리스 신화에서 많이 들어본 바다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발칸반도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즉, 아드리아해(Adriatic Sea), 이오니아해(Ionian Sea), 에게해(Aegean Sea), 그리고 터키해엽인 마마라해(Turkish Straits), 마지막으로 요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자주 언급되는 흑해(Black Sea)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 발칸이라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경멸적으로 사용되기에 요즘은 남동유럽으로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알바니아, 보스니아 허즈고비나, 불가리아, 코소보, 몬테그로, 노스 마케도니아 (이상 국토의 100%가 속함), 그리스 (국토의 83%가 포함), 세르비아 (국토의 66%가 포함) 등을 포함해서 크로아티아(국토의 42%), 슬로베니아(국토의 25%), 루마니아 (국토의 4.6%), 터키(국토의 3%), 이탈리아(국토의 0.1%)가 이 지역에 위키페디아에서 설명하고 있다.

발틱 지방의 음식은 이번에 처음 접해 봤는데 이 식당은 일정한 금액이면 원하는 메뉴를 작은 분량으로 다 시켜서 먹을 수 있다. 일종의 부페 같은 스타일인데 올유켄잇(All you can eat)인 셈이다.

이 식당은 아들이 추천해서 함께 했는데 워싱턴 DC와 근교의 식당 정보를 어느 덧 꽤뚫고 있는 아들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2,124명의 구글러들이 4.7/5.0으로 호평한 식당이다. 옐프에서는 4.5/5.0 (1,793명)이다.

고양이 카페를 방문해서 놀기도 하고 한국 사람이 하는 빙수 카페에도 가 봤다. 다음 날에 엔슐리 부부를 데리고 와서 한국의 빙수와 차 맛을 보여 주기 위해 사전 답방을 한 셈이었다.

이 가게의 이름은 소리차 티 앤 씨어터(Soricha Tea & Theater)라고 하는데 한국 교포들이 많이 사는 버지니아의 애넨데일에 있다. 317명의 구글러들이 4.8/5.0으로 평가한 곳으로 한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가끔 한국의 전통 공연도 하는 것 같고 차에서부터 빙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 우리는 계획했던대로 다음날 야외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전에 이곳에 들려서 차와 흑임자빙수를 함께 먹었는데 처음에는 뜨악하던 이 부부가 연신 감탄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비웠다.

카페와 같은 곳에서 손님들이 앉는 탁자와 의자와 공간을 구성할 때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통일성을 강조하는 것인데 모든 것을 일관된 이미지로 연결하는 방식일 것이다. 가구의 색감에서부터 디자인, 상호, 공간 구성 등에서 모든 손님들이 동일한 느낌을 갖도록 하는 방식일 것이다. 주로 대형 카페나 식당 같은 곳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손님들이 이용하는 탁자나 의자는 색깔에서부터 공간 구성이 거의 비슷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반면에 바닥에 층을 주어 손님들의 위치한 높이를 달리하고 그런 구성에 맞게 탁자와 의자의 형태나 색감, 브랜드를 완전히 다르게 배치하는 것은 공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손님들은 자신의 기호에 맞게 바닥에 앉을 수도 있고 높은 의자나 탁자, 창가에서 바깥을 바라보면서 앉는 등 변화를 줄 수 있어서 주로 작은 공간에서 활용하기에 적당한 구성 같다. 이 카페도 크기는 크지 않지만, 공간 구성에서 다양성을 주면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편안함과 역동성을 주는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아내의 친구 앤슐리 집에서 이틀간 신세를 졌다. 우리가 미국에 와서 처음 살던 릿지우드(Ridgewood, NJ) 동네에서 같은 초등학교 학부모로서 만났는데 아시안이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졌다. 앤슐리의 남편 마이클은 평생 화이자의 본사가 있는 맨해튼으로 30년간 출퇴근을 하다가 재작년에 은퇴를 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앵글우드에서 유대인 집안의 장자로 태어나 자랐는데 앤슐리와 결혼 후 릿지우드로 이사를 해서 거기에서 이십 몇 년간 살다가 은퇴를 하면서 오레곤주의 포트랜드(Portland)로 이사를 했다. 은퇴 후의 부푼 꿈을 안고 그곳에 정착을 했지만 곧바로 팬데믹이 닥치면서 카누를 마음껏 하려던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더구나 NYU 출신의 큰 아들은 그의 여자 친구가 취직한 워싱턴 DC에서 취직을 하면서 그곳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그들의 막내 아들은 미시간대학을 졸업하고 그곳의 구글에 취직하면서 서부 끝에 있는 자신들을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워싱턴 DC로 다시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마침 마이클의 유일한 동생도 릿지우드에 살다가 은퇴 후에 워싱턴 DC에 정착을 한 것이 아마도 그들이 이곳 알렉산드리아에 정착한 이유일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VA)는 1749년에 만들어진 도시인데 포토맥강변에 있는 까닭에 체사피크와 타이드워터 (Chesapeake, Tidewater) 부족들이 약 3천년에서 1만년 전부터 거주한 주요 요충지였다. 현재 이 도시는 위키페디아에 따르면 인구가 약 16만명에 달하는 제법 큰 도시이다.   앤슐리네 집에서 아침에 바라 본 바깥 풍경이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조지 워싱턴 매소닉 국립 기념관인데 휴대폰으로 제법 잘 잡혔다.

앤슐리가 만든 아침을 먹고 우리는 벚꽃나들이에 나섰다. 사람들로 붐빌 것이 예상되어 우버를 타고 미국의 3대 대통령을 기리는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근처로 갔다.

이곳에서 해마다 열리는 벚꽃축제에 처음으로 참가해 봤는데 보통 길을 따라서 벚꽃만 가득한 풍경이 대부분일텐데 이곳의 특징은 호수를 따라서 기념비적인 건물들이 위치해 있는 점과 110년이나 된 벚꽃들이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1912년에 당시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에 벚꽃나무를 기증했서 심은 날이 3월 27일이었는데 자세한 타임라인이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당시에는 몇 그루만 심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많은 나무들이 워싱턴 곳곳에 심어진 시기는 존슨 정부인 1965년으로 그 당시에 3,800 그루를 일본 정부로부터 가져다 심은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나무들은 최소한 내 나이 정도는 먹었다는 뜻일 게다.

https://nationalcherryblossomfestival.org/bloom-watch/

위의 링크를 클릭하면 내셔널벚꽃축제 운영측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CCTV로 현장의 느낌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다음 일정 때문에 반바퀴를 돌고 다음 일정지로 향했다.

큰 자연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약 2마일 (3.2킬로미터) 정도의 산책로를 따라서 걸으면서 중간중간 전시관에 들려 작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사진 출처: 글랜스톤

건물 안의 전시관은 상당히 인상적인 구성이었는데 사진 촬영을 금지한 까닭에 아쉬웠다. 이곳은 무료지만 방문 인원을 통제하는 까닭에 예약은 쉽지 않다고 아들이 알려 줬다. 주로 학생들에게 우선권이 있다면서 우리를 위해 대신 예약을 해 줬다. 우리가 예약을 하려면 몇달 전에 해야 가능하다고 하니, 다행이다. 재미 있는 것은 작년 말에 이곳에 정착한 엔슐리와 마이클은 이곳을 아주 좋아했다. 자기 동생부부에게도 소개해 주겠다며 팜플릿을 소중하게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앤슐리는 나와 생일까지도 비슷한 동년배이다. 결혼을 해서 미국에 산지도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태국에 대한 사랑이 깊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지 전에는 매년 여름 방학마다 태국에 데려가 지낼 정도였는데 지금도 집에서는 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토요일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일요일에는 바람도 제법 불어서 강가 산책 대신에 구 시가지에서 산책을 했다. 마이클은 역사에 무척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집에서 역사에 관한 책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런 분야의 다큐멘터리나 역사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시내에는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런 건물들에 대한 많은 지식도 있어서 나에게 설명하기 바빴다. 내가 그런 그에게 은퇴해서 시간이 많이 남으니 역사를 전공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예를 들면 석사 학위를 따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특별히 학위를 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무료로 제공되는 역사 코스가 많다고 한번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제2의 인생으로 역사를 본격적으로 배우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숙제를 하고 뭔가를 하는 게 자기 나이에는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예순 서너 살의 그에게 새로운 도전은 쉬운 일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단순히 은퇴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보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 아닌가?

곳곳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 건 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우크라이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나처럼 지지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을 게다.

2박 3일 동안, 이들 부부의 따뜻한 배려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뉴저지에서 태어나 혹은 거의 평생을 뉴저지에서 보낸 이들은 다시는 뉴저지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넓고 넓은 땅에서 마음대로 여기저기 살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리라. 확실히 동북부와 이곳 남북부의 기온 차이는 큰 것 같다. 곳곳에 봄이 만연해 있다.

돌아오면서 아들 녀석을 만나 뻬이징오리를 하는 알링턴의 한 식당에 들려 점심을 했는데,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였다. 뻬이징고매(Peking Gourmet Inn)라는 이 식당은 워싱턴을 방문하는 유명 인사들이 반드시 들린다는 증빙 사진들로 온 벽을 장식했다. 허풍은 허풍을 몰고와서 더 큰 풍선이 되는 이치 같다. 유명 인사들이 방문한 곳이니까 사람들은 들떠서 돈을 쓴다. 적어도 한국 음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품질, 맛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우리는 크게 실망을 하고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입가심을 했다.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자신이 늘 머무는 공간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잠시나마 머무는 것은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물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귀찮음과 경비 지출, 가끔 시간 낭비 같은 것도 발생한다. 반면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에서 오는 다채로움도 있는 법이다.


이들 부부와 페어펙스에 있는 한국의 바베큐 집인 먹자먹자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했는데 당연히 그들은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그야말로 한국의 음식을 제대로 먹어 본 사람들은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들은 워싱턴에 사는 자기 아들 부부를 데리고 재방문하겠다고 여러가지를 꼼꼼히 메모해 갔다. 민간 외교라는 게 별 게 아니다.